의사자 故 한증엽 동문 추도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총동문회 담당자(01기)
- 2015.08.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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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한증엽 동문 추도사
증엽. 여기 모인 모든 동문이 너의 의로운 죽음을 기억한다. 2014년 8월 24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네가 강원도 인제 계곡에서 물에 뛰어들어 익사 위기에 빠진 생면부지의 한 여학생과 그 아버지를 구하고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7일 국가로부터 의사자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증엽. 참으로 고맙구나. 성실하게 일상의 삶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사람들과 지금도 옳은 일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너는 위대한 의로운 마음과 작은 한 몸을 던져 꺼지지 않는 커다란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
증엽. 너의 사랑이 참 따뜻하구나. 너의 죽음에 대해 우리의 입학 동기인 심백석 신부에게 이야기 하였다. 심신부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는 성인(聖人)이다” 라고 하더구나. 성경에서도“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고 하였는데, 너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부녀를 위험에서 구하고자 몸을 던졌으니 그 사랑의 기운은 영원히 남아 있구나. 깊어가는 가을에 이 곳에 모인 모든 모교 동문들도 너의 큰 사랑에 훈훈함을 느끼는구나.
증엽. 너는 우리의 영웅이 되었다. 영웅은 나라를 구하는 전쟁터에도 있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평생을 봉사하는 오지에도 있지만 이렇게 바쁜 일상과 빌딩 숲으로 가득한 도시의 삶 속에서도 너는 당당히 의로운 사람이 되었으니 우리 모두의 자랑스러운 영웅이고 성인이다.
우리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듯이 어찌 너라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겠는가 ? 아 !, 어린 딸과 아내와 90대 노모를 두고 있는 네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몸을 던졌구나!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너의 모든 것을 던져서 구하고자 하였으니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여기 모인 의사들에게도 너는 영원한 귀감이 되었구나! 너의 의로운 행동과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고 반복되는 일상의 삶 속에서 희망과 용기와 자긍심을 얻게 되었도다.
증엽.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학창시절의 너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너는 마음속에 있는 큰 사랑과 의로운 마음으로 갈수록 나빠지는 어려운 의료환경에서도 작은 의원을 지키며 지역 사회의 병든 사람들을 돌 보는 의원으로 봉사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언제든지 위태로운 사람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독립 투사와 같은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항시 가슴에 품고 살아왔구나. 의사 50명이 힘을 합하면 나라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너는 네 단 한 몸을 던져 영원히 한 시대의 갈 길을 비추어 주는 별이 되었으니 너의 시대를 밝혀주는 대의(大醫)요 의사(義士)로다.
증엽. “아니야 들어가서 구해야 해”라고 네가 이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리 모든 사람들이 죽는 순간까지 가슴에 담고 살아나가야 할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기억하는 의대 동기, 동문뿐만 아니라 너의 소식을 전해 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너의 명복을 빌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너는 자랑스러운 한양의 동문, 동료 의사를 넘어 자랑스런 한국인이자 위대한 인간이다.
증엽. 네 딸을 만났다. 너를 닮아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에 깊은 슬픔에 잠겨 공부를 못하고 울고만 있다는 소식을 미망인으로부터 들었다. 나는 너의 딸에게 “너의 아버지는 넬슨 만델라나 마틴 루터 킹과 같은 반열의 위대한 인물이고, 너는 그런 훌륭한 아버지를 둔 명문가의 자녀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엄마를 도와 명문가의 전통을 세워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고 위로해 주었다. 네 딸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부를 다시 열심히 하여 아빠의 유지를 받들어 아빠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너는 그 곳에서 사랑하는 딸과 부인의 앞길을 비추어 못다한 가족에 대한 너의 사랑을 채우거라. 우리도 곁에서 지켜주마.
증엽. 산업화된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재난과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잠긴 많은 사람들에게, 너의 행동은 커다란 위로가 되고 절망에서 희망을 비추어주는 영원한 빛이 될 것이다. 너의 뜻을 받들어 우리는 네 딸이나 이 땅의 모든 친구들, 사고와 재난에서 살아 남은 젊은 학생들이 건강하고 훌륭하게 성장하여 자신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하나님이 각자에게 부여한 소명과 재능을 펼치며, 모두 인간으로서 품위를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길 다짐한다.
증엽. 너의 의로운 정신과 사랑은, 우리 한민족이 통일된 한국 위에 바로 서서 세상에 우리보다 어렵고 가난하고 힘든 나라의 사람들을 도와 주는 때가 올 때에도, 대한민국이 더 행복한 나라가 되는 그 때에도, 독립투사, 무명용사, 산업전사 등 우리 나라를 바르게 서게 해준 위인들과 함께 영원히 빛나겠구나. 그러니 언제나 너는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려무나.
증엽, 다시 한번 고맙고 고맙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네 몸을 던져 가르쳐 주고 갔구나.
증엽.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게 되는 날, 이미 하늘 나라에 자리를 잘 잡은 네가 “네 특유의 해 맑고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기쁘게 만날 것을 기대한다.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우리도 의사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의롭게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증엽. 하늘 나라에서 잘 지내. 이곳에 있는 사람들 걱정은 내려놓고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2014년 11월 3일
한양의대 동기생 매사츄의대 교수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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